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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세제 개편안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2026년 세제 개편안 확정 내용을 처음 훑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안도가 아니라 피로감이었습니다. 또 바뀌었구나, 이번엔 내 차례가 아니구나, 하는 식의 반응이 먼저였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에서 9년째 한 집에 살고 있는 제 입장에서, 부동산 세제 발표가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이 긴장감이 이제는 지쳐가고 있습니다.

종부세 공제, 숫자 뒤에 숨은 맥락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는 종합부동산세, 즉 종부세(綜合不動産稅)의 공제 기준 조정입니다. 여기서 종부세란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매년 6월 1일 기준 주택 공시가격 합산액이 공제 한도를 넘으면 과세 대상이 됩니다.
이번 확정안의 핵심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1주택 단독명의 실거주자: 공제액 12억 → 14억 원으로 확대
- 1주택 단독명의 비거주자: 기존 12억 원 공제 유지
- 1주택 공동명의 실거주자: 기존 18억 원 공제 유지
- 1주택 공동명의 비거주자: 18억에서 12억 원으로 축소 (증세)
저처럼 단독명의로 실거주 중인 경우라면 공제 한도가 2억 원 올라간 셈이니 직접적인 혜택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보면서 제가 먼저 든 생각은 "잘됐다"가 아니었습니다. "공시가격이 계속 오르면 3년 뒤엔 어차피 다시 걸리겠구나"였습니다.
공시가격이란 정부가 매년 산정하는 주택의 공식 가격으로, 실거래가와는 다르게 세금 부과 기준으로 쓰입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14억 원 공제도 언젠가는 또 빡빡하게 느껴지는 날이 올 겁니다. 그게 제가 이번 발표를 두고 "안도는 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또 하나, 이번 개편안에는 고령 1주택자를 위한 종부세 완화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고령자 공제 한도는 600만 원으로 묶여 있는데, 강남이나 용산 같은 초고가 아파트를 실거주 중인 은퇴 고령층에게 이 수준의 공제는 사실상 의미가 없습니다. 현금 소득이 줄어든 상태에서 집값이 오른다고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세금만 계속 올라가는 구조입니다(출처: 기획재정부).
공동명의 논란, 정책 신뢰의 문제다
이번 개편안에서 제가 가장 납득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공동명의 취급 방식입니다. 공동명의란 부부나 가족 두 명 이상이 하나의 주택을 함께 소유하는 등기 형태를 말합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공동명의가 세 부담을 분산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권장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편 논의 초반에는 공동명의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를 18억에서 8억으로 대폭 줄이려는 안이 나왔습니다. 부부가 함께 마련해 함께 살고 있는 집인데, 명의 방식만으로 마치 다주택 투기와 유사하게 취급받을 뻔한 것입니다. 최종 확정안에서는 실거주 공동명의는 18억 유지, 비거주 공동명의는 12억으로 조정되면서 일부 완화됐지만, 논의 과정에서 쌓인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 문제는 단순한 세율 논쟁이 아닙니다. 세금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입니다. 여기서 예측 가능성이란 납세자가 장기적인 재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정책 기준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 권장하던 선택이 내일은 규제 대상이 된다면, 시민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세부담 상한(稅負擔 上限)도 이번 쟁점 중 하나였습니다. 세부담 상한이란 전년도 세액 대비 당해 연도 세금 인상 폭을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규정입니다. 150%에서 200%로 높이려던 안이 최종적으로 150%로 원상 복구되면서, 초고가 아파트의 급격한 세금 인상 속도가 1년 정도는 지연되는 효과가 생겼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시장 충격을 줄이는 완충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거주 의무와 전월세 시장, 의도와 결과의 간극
일반적으로 실거주 요건 강화는 갭투자를 막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갭투자란 전세를 끼고 실거주 없이 주택을 매수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방식을 말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이 정책이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전세나 월세를 내놓던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자신이 입주하려는 유인이 커집니다. 이렇게 되면 전월세 시장에 공급이 줄고, 세입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좁아지면서 임대료가 오를 수 있습니다. 정작 무주택 실수요자가 더 큰 부담을 지게 되는 역설이 생기는 것입니다.
양도소득세(讓渡所得稅) 측면도 주목해야 합니다. 양도소득세란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을 팔 때 발생하는 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이번 개편안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는 10년 거주 시 최대 10억 원까지 인정되지만, 그 이상의 차익에 대해서는 높은 세율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초고가 아파트 소유자라면 팔아도 절반 가까이 세금으로 나가고, 보유하면 종부세가 계속 쌓이고, 증여나 상속을 선택해도 50% 안팎의 세금이 따라붙는 구조입니다(출처: 국세청).
압구정, 반포, 한남동 같은 초고가 지역에서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반면 서울 전 지역에서는 실거주 10년 의무를 채우려는 매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장이 정책 의도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그게 제가 이 개편안을 보면서 가장 불안하게 느끼는 지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026 세제 개편안에서 1주택 실거주자는 종부세를 안 내도 되나요?
A. 면제가 아니라 공제 한도가 확대된 겁니다. 단독명의 실거주자의 경우 공제 기준이 14억 원으로 늘어났지만, 공시가격이 이를 넘으면 과세 대상이 됩니다. 공시가격이 계속 오르는 추세를 고려하면 지금 당장 해당되지 않더라도 몇 년 뒤엔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공동명의로 집 가지고 있으면 이번 개편안으로 세금이 올라가나요?
A. 실거주 공동명의라면 기존 18억 원 공제가 유지되어 변동이 없습니다. 하지만 비거주 공동명의의 경우 공제 한도가 18억에서 12억 원으로 줄어들어 실질적인 증세가 됩니다. 내가 실제로 그 집에 살고 있는지 여부가 기준이 됩니다.
Q. 초고가 아파트 가진 분들이 왜 팔기도 힘들다고 하나요?
A. 매도하면 양도소득세로 차익의 절반 가까이를 내야 하고, 보유하면 종부세가 계속 부과되며, 증여나 상속을 선택해도 약 50% 세율이 적용됩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세금 부담을 피할 수 없는 구조라 일각에서 "세금 감옥"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Q. 전월세 사는 사람은 이번 세제 개편이랑 상관없는 건가요?
A. 직접 과세 대상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에게 불이익이 커지면 전세나 월세를 내놓던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고, 이는 전월세 공급 감소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히려 무주택 세입자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결론
이번 세제 개편안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고 제가 내린 판단은 하나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실거주 1주택자에게 숨통이 트인 개편이지만, 공시가격 상승 흐름과 정책 변동 가능성을 감안하면 장기적인 안심까지는 거리가 있습니다.
신길뉴타운에서 9년째 살아온 제 경험에 비춰보면, 집은 투자 수단 이전에 생활 기반입니다. 세금 정책이 그 기반을 흔들지 않으려면 과세 기준의 예측 가능성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부동산 대책 발표 때 또다시 "이번엔 내 집이 걸리는 건 아닐까"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지금 당장 본인의 주택 공시가격과 명의 방식을 확인하고, 올해 종부세 예상 부담을 미리 계산해두는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