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퇴직소득세
퇴직금은 많이 받는 것보다 어떻게 받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배우자의 퇴직이 실제로 시야에 들어오면서 퇴직소득세 구조를 들여다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같은 돈을 받더라도 수령 방식에 따라 세금 차이가 수천만 원까지 벌어질 수 있었습니다.

일시금으로 받으면 정말 이득일까요?
퇴직금을 한꺼번에 받으면 왠지 더 이득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온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목돈이 통장에 들어오는 순간의 안도감은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런데 퇴직소득세(退職所得稅) 구조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기서 퇴직소득세란 퇴직금에만 별도로 부과되는 세금으로,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분류 과세합니다. 즉, 종합소득세 신고 때 포함되지 않고 이 세금 하나로 납부가 끝납니다.
세율은 근속 연수와 퇴직금 규모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25년 근속에 퇴직금 5억 원을 받는 경우, 퇴직소득세율은 약 8.3% 수준이고 지방소득세(地方所得稅)까지 합산하면 실질 세 부담은 약 9.1%에 달합니다. 지방소득세란 퇴직소득세의 10%를 추가로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세금입니다. 5억 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5천만 원을 세금으로 내고 4억 5천만 원을 손에 쥐게 됩니다.
일시금 수령 자체가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큰돈이 한 번에 생기면 자녀 지원, 차량 교체, 집 수리, 심지어 소규모 투자까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드는 경우를 주변에서 여러 번 봤습니다. 퇴직 이후엔 그 돈을 다시 채울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 퇴직소득세는 분류 과세 — 다른 소득과 합산되지 않음
- 세율은 근속 연수가 길고 퇴직금이 적을수록 낮아지는 구조
- 지방소득세는 퇴직소득세의 10% 추가 부담
- 일시금 수령 시 목돈 소진 리스크가 실질적으로 존재
연금수령으로 바꾸면 세금이 얼마나 줄어드나
일반적으로 연금으로 받으면 세금을 조금 깎아준다는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수치를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할인 폭이 상당했습니다.
핵심은 IRP(개인형퇴직연금) 계좌입니다. IRP란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찾지 않고 연금 형태로 나눠 받기 위해 개설하는 계좌로, 퇴직금을 이 계좌로 이전하면 이연퇴직소득세(移延退職所得稅)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연퇴직소득세란 원래 퇴직 시점에 내야 할 세금을 실제 수령 시점까지 미루는 것인데, 단순히 미루는 것이 아니라 연금 수령 연차에 따라 세율 자체가 낮아집니다.
현행 소득세법 제19조에 따른 연금 수령 연차별 퇴직소득세 할인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령 연차 10년 이하는 원래 세금의 70%만 납부(30% 할인), 10년 초과 20년 이하는 60%만 납부(40% 할인)입니다. 여기에 2026년 1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세법에 따라 20년 초과분에 대해서는 50%만 납부(50% 할인)하는 조항이 새로 추가되었습니다(출처: 국세청).
앞선 5억 원 퇴직금 사례로 계산해보면, 10년 연금 수령 시 세금은 3,500만 원(1,500만 원 절세), 11년차부터 10년 더 받으면 3,000만 원(2,000만 원 절세), 21년차 이후 10년을 더 받으면 2,500만 원(2,500만 원 절세)으로 줄어듭니다. 30년에 걸쳐 연금으로 받으면 최종 수령액은 4억 7,500만 원으로, 일시금 수령 때보다 2,500만 원이 더 손에 남습니다.
IRP, 오래 나눠 받는 전략, 현실에서 가능한 이야기인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이 구조를 보고 든 생각은 "좋은 얘기이긴 한데, 과연 현실에서 얼마나 해당되는 이야기인가"였습니다.
20년, 30년에 걸쳐 연금으로 받겠다는 전략은 그 기간 동안 퇴직연금 외의 소득원이 충분히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국민연금, 임대수입, 배우자 소득 등으로 생활이 유지되는 분이라면 이연퇴직소득세 절세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주변을 보면 퇴직 시점에 대출 잔액이 남아 있거나 자녀 학자금, 생활비 보완이 필요한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세금 1~2% 더 아끼려고 연금 수령을 20년 뒤로 미루라"는 말은 현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연금 외 소득이 늘어나면 종합과세(綜合課稅) 문제가 생깁니다. 종합과세란 이자·배당·임대 등 각종 소득을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퇴직연금과 다른 소득을 동시에 받으면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에도 영향을 줍니다. 퇴직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다른 소득을 만들어 두면, 오히려 종합과세와 건강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제 경험상 간과하기 쉬운 함정이었습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접근은 이렇습니다. 퇴직 시 꼭 필요한 대출 상환 등 필수 지출을 먼저 처리한 뒤, 나머지를 IRP 계좌에 남겨두고 연금 개시를 가능한 한 늦추는 것입니다. 퇴직연금 계좌 내 운용 수익에는 3.3%~5.5%의 저율 과세만 적용되기 때문에, 계좌에 오래 두는 것 자체로도 세제상 유리합니다. 절세의 교과서적 정답보다는 본인의 현금 흐름 상황에 맞춰 전략을 조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퇴직금을 IRP로 받으면 세금을 아예 안 내도 되나요?
A. 세금을 면제받는 것은 아닙니다. IRP 계좌로 이전하면 이연퇴직소득세 혜택을 받아 납부 시점을 연금 수령 때로 미룰 수 있고, 연금 수령 연차에 따라 원래 세금의 50~70%만 납부하는 할인을 받습니다. 세금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눠 내면서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Q. 퇴직소득세 20년 초과 50% 할인은 언제부터 적용되나요?
A.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소득세법이 적용됩니다. 연금 실제 수령 연차가 20년을 초과하는 분부터 원래 퇴직소득세의 50%만 납부하는 혜택이 생깁니다. 기존에는 10년 초과분까지만 40% 할인이 최대였습니다.
Q. 퇴직금 일부만 IRP에 넣고 일부는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퇴직금을 전부 IRP로 이전하지 않고 일부만 연금 계좌로 넣을 수 있습니다. 일시금으로 찾는 금액에 대해서는 퇴직소득세를 바로 납부하고, IRP에 남긴 금액은 연금 수령 시 이연퇴직소득세 혜택을 받습니다. 대출 상환 등 즉시 필요한 자금을 먼저 처리하고 나머지를 IRP에 유지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자주 활용됩니다.
Q. 연금으로 오래 받으면 건강보험료가 늘어나나요?
A. 연금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거나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퇴직소득세 절세 효과와 건강보험료 증가분을 함께 따져봐야 실질적인 득실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개인별 소득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담을 통해 사전에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퇴직소득세는 연금으로 오래 받을수록 줄어드는 구조인 건 맞습니다. 2026년부터는 20년 초과 수령분에 50% 할인까지 추가되어 장기 수령자에게 더 유리해집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 전략이 모든 사람에게 교과서처럼 적용되기는 어렵습니다.
퇴직 후 다른 소득 없이 퇴직연금 하나로 버텨야 하는 분, 퇴직 시점에 대출이 남아 있는 분, 당장 생활비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절세보다 현금 흐름 확보가 먼저입니다. 절세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면 재직 기간 중 퇴직연금 외의 소득원을 만들어두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 경우 종합과세와 건강보험료 문제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퇴직소득세 절감 전략은 본인의 재무 상황을 먼저 파악한 뒤 맞춤형으로 적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생각입니다.